나의 취미/검도

의사 검사 김한겸 교수

약손suh 2008. 1. 25. 12:23
劍醫一體(검의일체)검도 7단 김한겸 사범
김한겸(고려의대 교수 구로병원 병리과)

검도 7단이라니……. 그냥 취미가 아니겠다. 이쯤 되면 본업이 헷갈린다고 해야 할까. 김한겸 고려의대 교수(구로병원 병리과)는 지난 7월 14일 7단 승단심사를 통과해 의사 출신 칼잡이로서 최고수의 자리에 등극했다.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검을 잡았습니다. 당시 가정교사를 하시던 분이 검도를 해서 자연스레 접하게 됐지요."

그는 대학(고려의대 74학번)에 진학한 뒤 더욱 검도에 빠져들었다. 본과 2학년이던 1977년 검도 3단이었던 그는 의대 최초로 검도부를 만들었다. 고려의대 검도부는 현재까지 30년을 이어오는 동안 각종 국내 대회를 석권하면서 18개 의과대학 검도부 중 명실상부한 최강으로 자리잡았다.

김 교수의 발이 닿는 곳에는 줄줄이 검도부가 생겨났다. 1995년 그가 속한 고려대 구로병원에는 검도관을 설립했다. 2000년 한국의사검도회를 만들어 초대회장을 역임했고, 2001년 의사·의대생 검도대회를 신설하는 등 의료계 검도 열풍의 주역이다.

 

아킬레스건 끊기고 고막 터져

'왜 검도를 하느냐'는 질문에 "배운게 그것밖에 없다"는 겸손한 고수의 답변이 날아왔다. 검도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부탁하자 "의사가 검도한다는 것 자체가 에피소드 아니겠냐"며 웃었다.

"검도는 나이가 들어서도 할 수 있는 운동입니다. 몸을 보호해주는 호구가 있고, 예의를 지키는 종목이니까요."

검도 1단을 따려면 보통 1년 반정도 소요된다. 4단부터 사범 자격이 주어지는데 10년 정도 수련을 해야 한다. 단수가 올라갈수록 승단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가령 6단에서 7단으로 올라가는 승단 심사를 받으려면 최소 6년이 필요하다.

그는 1981년 4단을 따서 사범이 됐다. 하지만 의대 졸업 후 전공의 시절에는 당연히 제대로 검도를 할 수 없었다. 오래 쉬어서였을까. 1993년 간만에 운동하러 갔다가 아킬레스건이 끊어졌다. 그는 꼼짝없이 1년 간 휠체어를 타고 목발 짚는 생활을 했다. "준비운동이 부족했기 때문에 발생한 사고였죠. 1996년에는 죽도에 맞아 고막이 터지기도 했습니다."

 

의료·검도 공통점 "고도의 집중력"

김한겸 교수는 참 바쁘게 산다. 대한병리학회 이사장이자 국가지정 연구용 동결폐조직은행과 국가지정 인체유래검체 거점은행의 은행장을 맡고 있다. 인체유래검체 거점은행의 경우 국내에서 처음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인 만큼 신경쓸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또한 미라 전문가로서 국내 최고(最古)의 학봉장군미라와 모자미라의 사인 및 질병 원인 등을 분석해 관련 학회의 주목도 받았다. 그런 와중에 고려대학교 검도부 지도교수를 12년째 맡고 있고, 서울특별시검도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7년 후에는 8단에 도전할 생각입니다. 검도는 개인의 심신수양을 목적으로 하는 만큼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의사에게 많은 도움이 됩니다."

검도수련자의 자세!

검도 수련자(검도를 배우는 사람)는 머리·목·손목 그리고 복부를 보호하는 갑옷(이를 '호구'라고 부르며, 이 부위만이 점수로 인정되는 타격 부위이다)을 입고, 세로로 쪼갠 대나무로 만든 연습용 칼인 '죽도'를 두 손으로 잡고, 상대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대련한다. 실력이 뛰어난 일부 수련자는 죽도를

한 손에 하나씩 잡고 사용하기도 한다. 검도 수련자는 미끄러운 도장 바닥에서의 이동을 위해 미끄러지는 듯한 독특한 스텝으로 이동한다.

자세·이동법·파지법 그리고 죽도 휘두르는 법 등의 기본은 사범의 가르침을 받으며 수련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