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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urgeon Musician

약손suh 2017. 7. 21. 16:08

음악하는 외과의사(The Surgeon Musician)

1881년 세계 최초로 위절제술을 시행했고 의학 교육에 업적을 남긴 독일 태생의 Theodor Billroth, 이 위대한 외과의사의 수술법은 지금의 위절제술 후 문합방법에도 그대로 이어져 Billroth I, 위십이지장 문합술, Billroth II, 위공장 문합술이라는 방법으로 현재의 위절제술 후 문합술에 그의 이름이 남아있다. 빌로스가 비엔나 의과대학 교수로 활동했던 시기의 비엔나는 브람스와 슈만이 작곡가로 활동했던 시기였고, 브람스의 320여곡도 이 시기에 작곡 되어 졌다.

나에게 위장관 문합술의 방법을 창안한 외과의사로만 기억 되어지던 빌로스가 음악에 조예가 깊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모 외국 의학전문지에서 위절제술이라는 제목으로 리뷰 논문 작성을 의뢰 받은 후 참고 문헌을 검색해보던 중, “ A Medical Musical Frendship: Billroth and Brahms” 라는 제목의 논문을 보고 Billroth의 가족은 음악의 전통이 있었으며 이 외과의사의 어린 시절의 관심은 오직 음악이었으나 그의 어머니가 의대에 갈 것을 종용해서 의사의 길로 들어섰다는 것, 그가 베를린의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외과에 대한 열정으로 외과학의 역사에 위대한 업적을 남겼고, 또한 그는 전문가 수준으로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연주했으며, 당시 비엔나에서 위대한 작곡가로 추앙을 받던 브람스에게 음악적 조언을 하는 친구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피아니스트인 아내와 결혼해서 30여년 가까이 음악적 환경에 친숙한 필자는 20여년 가까운 세월 동안 위암 수술을 해온 외과의사이다. 음악이라면 주로 감상하는 수준으로만 살아왔던 필자가 악기 연주라는 음악활동을 접하게 된 것은 1989년 결혼 후 서울백병원 인턴생활을 시작하면서 구입한 클라리넷 부터이다. 바쁜 병원 생활을 하는 틈틈히 레슨을 받고 집에서 애창곡을 연주하는 정도로 연주활동이라 하기에는 쑥스러운 취미활동이었고 대중 앞에서 연주하기는 어려운 수준이었다. 클라리넷 입문 시절부터 즐겨 들었던 Richard Storzman 연주의 음색을 흉내 내며 집에서 혼자 행복해했다.

필자보다 나중에  서울백병원서 해운대 백병원으로 내려오신 비뇨기과 박석산 교수님의 권유로 트럼펫을 접했고, 부산 트럼펫터 동아리에서 동호인들과 합주를 하면서 대중 앞에서 아마추어지만 연주를 할 수 있게 된 후 집에서만 하던 연주가 남 앞에서 하는 연주로 조금씩 진보를 하게 되었다. 같은 Wind 악기이지만 트럼펫은 클라리넷보다 입에서 나오는 공기의 흐름과 압력의 강약조절이 더 어려운 악기이다. 클라리넷이 트럼펫보다 호흡의 조절이 조금 평이하다. 필자가 두 악기 모두 능숙하게 프로의 경지로 할 수는 없겠지만 음악을 사랑하는 surgeon-musician으로  평생 함께 하기로 했다. 해운대 백병원 재능기부 음악회에서 피아니스트인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연주한 “Cinema Paradiso”,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다. 인생의 버킷 리스트 하나를 달성한 느낌. Surgeon으로 살아갈 시간보다 더 긴 시간이 앞에 남아있다. 음악이 그것을 채워줄 것이다.

위암센터  서병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