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석구 서울백병원장이 병원 이전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11년까지 서울 중구에서 유일한 상급종합병원이라는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던 서울백병원이 지난해 2차 병원으로 자진해 등급을 내렸다. 낮에는 좀처럼 병원 갈 일이 없는 건강한 직장인들이 근무하고, 퇴근 시간 이후에는 대부분의 인구가 빠져 나가는 도심 공동화 현상이 발목을 잡았던 것.

낮은 수가와 초대형 대학병원과의 경쟁 속에 환자수 격감이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는 서울백병원이 최근 현 부지에 병원과 호텔을 결합한 메디텔(Medi-Tel)과 수도권에 새병원 건립을 추진하며 새로운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변화의 중심에 서 있는 최석구 서울백병원장은 "항간에 서울백병원이 문을 닫는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면서 "도심형 병원이라는 주변 환경에 접합하게 외래와 전문 클리닉 중심으로 재편하고, 외국인 환자를 위해 건강검진과 미용·성형 분야로 특성화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백병원은 백인제 박사가 병원을 사회에 환원하자는 취지에서 만든 재단법인 병원의 효시이자 백낙환 이사장이 35세의 젊은 나이에 원장으로 취임, 전국 5개 백병원으로 성장하기까지 기반이 된 병원이다. 전국 종합대학으로 성장한 인제대의 발판도 여기에서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백낙환 이사장을 비롯한 병원 경영진들이 각별히 애착을 갖는 이유다.

"서울백병원이 자리하고 있는 위치가 외국인이 많이 찾는 도심인데 숙박시설이 부족합니다. 몇 해 전부터는 성형이나 미용 수술을 받으려는 환자들이 많이 병원을 찾아오고 있습니다. 외국인 환자를 위한 호텔과 병원을 결합한 형태의 사업을 해 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몇 군데서 받은 것은 사실입니다."

최 원장은 "메디텔 프로젝트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현재보다 병상을 축소하고, 진료과목을 검진과 관련되거나 외래 위주의 진료과로 조정해야 한다"며 "메디텔이 완공되는 4∼5년 동안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의료 공백과 인력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81년 동안 백병원을 믿고 진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을 위해 새병원으로 이전한 후에도 의료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주변 건물을 임대하거나 병원 옆에 있는 인당관을 활용해 지역주민들이 진료 중단으로 불편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할 계획입니다."

지상 11층, 지하 2층 규모의 인당관에는 보건대학원·성형외과 등이 자리를 잡고 있으며, 건강증진센터가 리모델링을 통해 새로 개원한다.

최 원장은 "메디텔병원과 제2병원 건립을 동시에 추진해야 하고, 의료환경도 어렵지만 현실에 안주하기보다는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이유가 아니겠냐"며 "새로운 미래를 위해 당장의 어려움을 같이 나누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