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

기억에 남는 환자

약손suh 2007. 11. 12. 14:46

응급실 당직을 담당하는 한주가 시작되면 언제 응급실서 전화가 올지 모르므로 항상 마음의 준비를 하며 생활을 해야 한다.

한번은 응급실로 범발성 복막염 환자가 내원했다는 연락을 받고 새벽 4시에 불려나가 수술을 한 적이 있다.

거리의 천사(노숙) 환자분으로 갑자기 배가아파서 응급실로 오신 분이다.  진찰을 하고 촬영한 복부 CT를 확인해보니

위장에 어떤 원인이든 구멍이 나서 복막염의 상태를 보이고 있다.  이런 경우 가장 많은 원인은 위궤양이나 십이지장 궤양의

천공이고. 위암이 터지는 경우도 있다.

어쨌든 "위의 천공으로 인한 복막염 "이라는 정보를 갖고 수술을 시작했다.

역시 위에 큰 구멍이 나 있고 이 구멍으로 위 내용물이 복강내로 새어나와 가득 차있다.

단순 봉합으로는 절대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위절제술을 시행했다.

다행히 환자분은 수술 후 별다른 합병증없이 경과가 좋았고

퇴원할 날이 되었다.

이분은 퇴원하셔도 특별히 갈곳이 없는 분.

예전에 의료 봉사를 간 적이 있는 영등포 광야 교회를 떠올리고

이 곳을 소개해 주었다.

지금 어떻게 생활을 하고 계시는지 모르지만 건강하시길 빈다.

 

거리에서 응급실로 이송 되어 오신 행려 환자를 최근 몇 분 수술한 경험이 있는데

이 분들을 치료하면서

우리나라의 의료 보호 제도도 상당히 잘 되어 있는 것을 느꼈다.

수술비 등 모든 비용을 국가에서 부담해주어

본인 부담 하나 없이 양질의 치료를 받고 퇴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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